a brief apologies to my non-Korean readers; this is a post in Korean for no particular reason other than that Korean leaves a better taste in my mouth for certain topics.
힘든 날이었다.
이리저리 미팅에 끌려 다녔더니 집중해서 책상에 앉아 업무 진행도 제대로 못했다. 그래서인지 하루 종일 바쁘게 무언가를 했다고 생각 되면서도 돌아보니 시간만 허비한 느낌이다.
오늘 같은 날은 모두들 저녁밥을 먹고 퇴근 하러 가는 시간, 혼자 회사에 남아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일을 본다. 뭔가 이렇게라도 안하면 남들 보다 딸린다는 느낌이라도 드는걸까, 육체가 피곤해도 정신적인 불안감을 떨쳐내는것이 덜 피곤하다.
피곤하다- 피곤하다- 속으로 칭얼대다 보면 학생때와 많이 비교가 된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매일 새벽에 등교후 법적으로 허용된 밤 10시까지 학원에 쫓기듯 다녔고, 이후로 카페에 앉아 새벽 1-2시 까지 공부를 했었다. 공대를 다닐때는 그저 주어진 숙제와 과제만 끝내는데도 하루에 잠을 서너시간만 자며 좀비처럼 강의를 들었다.
그것에 비해 현재 나는 많이 다른 삶을 살고있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다. 흔한 상사들과 트러블, 괜한 회식이나, 지나치게 눈치 보며 행동을 자제 할것도 없다. 먹고 싶은것, 사고 싶은것을 다 만끽 할정도의 월급과,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수도 없이 많은, 말 그대로 꿈의 직장에서 근무 중이다.
헌데 힘들다고 하다니. 학생 때의 내가 현재의 나를 보면 비웃을 것만 같았다. 쌍코피 터뜨려 가며 같은 교과서를 암기 하듯 3번 이상 반복 필기를 하고, 지칠대로 지친 몸으로 알바를 5개 뛰며 2배 수당 받으려고 악착같이 해냈던 내가. 놀아주고,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무엇이 힘들다는거지?
졸업한 후 취직하고 한 동안은 무엇이 달라진 건지, 왜이리 흐물흐물 해지고 엄살이 늘었는지, 생각이 많아졌다.
달라진건 많았다. 시간과 돈에 쫓기지 않는 대신에 꿈과 미래에 대한 불분명함에 쫓기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건 많지만, 어떻게 해야하고 어떤 길로 가야 할지는 더이상은 정해져있지 않다. 꼭 봐야 하는 시험도 없고, 꼭 들어야하는 강의도 없다. 꼭 만나야 될 사람과, 꼭 참여해야 될 일도 없다. 억압된 사회가 싫다고 생각 했는데, 나를 묶고 있다 생각 됐던 쇠사슬은 되려 내 두 손이 붙들고 있었다.
나를 당기던 사회적 요소들이 없다는걸 처음으로 알아채니, 두근거리던 마음이 설렘에서 두려움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저 신나서 파란 하늘만 바라보던 아기새가 펼친 두 날개는 아직 약하고 부들부들 떨렸다. 날고 싶다, 어떻게 날아야 하는거지? 날고 싶다, 잘 날고 있는거겠지? 날고 싶다, 다들 어디로 가는거지? 나는 어디로 날아야 되는거지?
힘든 날이었다. 학생때와는 다른 힘듬이다. 정답이란 것이 없는데 아직 정답란은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마냥 비어있다. 풀이 방식을 찾아볼 수 도 없고, 한두시간 들어 끝나는 강의도 아니다. 끝나지 않는 이 수업 동안에는 많은것 을 배워야하고, 들어야하고, 마음에 새길것 버릴것 따져가며, 운도 따라줘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과정을 겪는 동안엔 행동 하나하나가 완벽 할 수는 없다는걸 기억해야한다. 또, 완벽하지 않아야 배울것도 많으니, 실패에 대한 자책의 굴레에 갇히면 안되는걸 알아야한다.
저멀리 떨어진 산의 정상 만을 바라보고 있다면 목도 아프고 가까워지지 않는 목표가 답답하기만 하다. 가끔은 길 옆에 핀 꽃도 예뻐해주며, 어떤 날은 몇 걸음만 걸어도 된다. 평탄한 길이 아닐수록 더욱이 칭찬해라. 멈추지 않고 걷는것은 충분히 어렵고 고단 하다는 것을 상기 시켜라.